작품 소개
- 제목 : 환생표사
- 작가 : 신갈나무
- 장르 : 무협, 환생, 회귀, 천마
내 꿈은 표사가 되어 멋진 말을 타고 표물을 호송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절름발이에 변변한 무공조차 익히지 못했던 나는 평생 허드렛일이나 하는 쟁자수로 살았다.
어느 날 표행 중에 만난 산적들에게 쌍욕을 시전 하며 저항하다가 뒈지기 전까지는….
줄거리
나는 쟁자수였다. 즉, 수레에 짐을 싣고 잡일을 하는 짐꾼이었다. 표국의 호위무사인 표사가 되고 싶었지만, 절름발이에 불과한 나는 쟁사수 밖에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지런하게 일 한 덕분에 짐꾼의 우두머리인 상자수까지 될 수 있었다.
표행중이던 상단 앞에, 말을 탄 백여 명의 칼잡이들이 길을 막아섰다. 숱하게 이 길을 오갔지만, 처음 보는 얼굴들.
절강성에서 천룡 표국의 깃발을 보고도 칼부림을 할 간 큰 도적이 많지 않다. 그리고 노련한 가불염 표두가 이끄는 표행이다. 그렇게 안심을 하던 찰나, 협상을 하러 갔던 가불염과 진평의 머리가 어깨에서 떨어졌다.
떨어짐과 동시에 말을 탄 백여 명의 적들이 지축을 흔들며 달려왔다. 표사들도 검을 뽑고는 마주 달려갔다. 피하고자 했던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적장은 가불염마저 단칼에 목을 떨어뜨린 고수, 거기에 숫적 열세까지 싸움은 순식간에 기울어졌고, 오십이 되던 표사들은 고작 대여섯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마저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쟁사수또한 나를 비롯해 열 명, 모두 박도를 들고 있지만 공포에 질려 휘두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싸움은 이미 끝났다. 표사로써, 쟁장수로써해야 할 일은 다 했다. 더 이상의 저항은 의미가 없었다.
박도를 버리고 표물을 실은 짐마차로 뛰어올랐다. 그만하라는 말과 함께 구석에 놓여 있던 항아리를 꺼내 표물 상자로 힘껏 던졌다. 항아리가 깨지며 석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품속에 있던 화섭자를 꺼내 불을 붙인 후 적들에게 그만하지 않으면 마차를 불태우겠다고 협박을 하며, 곤충처럼 생긴 적들의 우두머리와 협상을 시도했다.
우리가 운송하는 표물은 예부좌시랑을 지내고 낙향하는 왕인엽 대인의 서책들. 그중 한 대에 수천 년 전 공자께서 고대의 부적들을 직접 쓰고 엮은 것으로 추정되는 죽간본 한 보퉁이. 그것을 불태우기 전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보내 달라고 한다.
그렇게 협상을 마치고, 생존자들을 먼저 도망치게 했다. 혹여나, 목격자를 추적하여 죽이기 전에 멀리 도망가도록 뿔뿔이 흩어지도록 명령을 한 다음. 끝까지 남은 나는 불로 위협을 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적의 우두머리가 걸어온 대화에 시선이 끌린 탓에, 순식간에 불을 들은 손이 잘렸다. 잘린 손목을 누군가 허공에서 발로 쳐내더니 이번엔 무엇인가 화끈한 것이 등을 뚫고 들어와 가슴으로 튀어나왔다. 칼이었다. 나를 죽이고 남은 생존자들을 쫓는 적들에게, 남은 팔로 마지막까지 숨겨두었던 작은 화섭자를 꺼내 불을 붙였다. 불씨는 내 몸을 태우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괴물이 되어 마차와 여섯 비적들까지 태웠다.
죽기 전 지나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려운 형편에도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학당에 보냈던 어머니, 절름발이가 어떻게 쟁사수를 하겠냐고 비웃던 사람들. 내 평생의 소원은 멋진 말을 타고 표물을 호송하는 표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절름발이에 변변한 무공조차 익히지 못했던 나는, 허드렛일만 하는 쟁자수로 살았다. 무려 30년 동안이나 말이다. 단 하루도 고단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제는 편해지겠지 하던 찰나, 몸이 차가웠다. 불에 타고 있으니 미치도록 뜨거워야 정상인데 말이다. 뼛속까지 시릴 만큼 한기가 찾아왔다.
첨벙! 하는 물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
사람처럼 생긴 것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물살을 헤치며 나에게 날아왔다. 아니 헤엄쳐왔다. 그러고는 나의 머리카락을 덥석 움켜 잡더니, 다시 자기가 온 곳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의 뺨을 때리고 가슴을 꾹꾹 눌려대며 "공자님, 정신 차리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는 사내,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사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나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던 순간, 목소리가 나왔다. 먹은 적도 없는 고기와 술의 토사물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칼을 든 무인들이 마차와 함께 도착했고, 나를 강제로 태워서는 어딘가로 끌고 갔다.
나는 죽었다. 아니 살아났다. 누군가의 몸을 빌려서.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젊고 기생오라비처럼 잘생겼었다. 또한 무엇보다 팔다리가 멀쩡하였다. 하지만 이 몸은 항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호구 등신에 반푼이 이정룡이었다.
이정룡은 실로 대단한 신분의 소유자였다. 절강성에서 가장 큰 표국인 대 천령 표국의 사공자 이정룡이었으니.
이정룡은 표왕 이종산이 늘그막에서 자신을 시중 하던 절고 아름다운 시녀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로, 이정룡이 태어남과 동시에 시녀는 죽어버렸다.
감상평
30년간 짐꾼의 노릇을 하며 얻은 경험. 그리고 환생으로 얻게 된 능력으로 평생의 소원.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내용이다.
과거로 돌아온 만큼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지만, 회귀 전 보잘것없던 신분의 탓으로 여러 소문과 자신이 얻은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다른 소설과 비교해 회귀를 하였지만, 히든 피스 또는 영약을 쉽게 얻지 못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정통 무협의 필체와 무협에서 다루지 않았던 표국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또 다른 새로운 재미를 준다.
지금 나오는 소설들과 다르게 정통 무협의 필체로 이야기를 끄는 듯한 느낌으로 중반부로 넘어가면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러브라인 또한 절세 미녀와, 고자 주인공의 이야기이므로 볼만하다.
각종 등장인물과의 화합이 좋으며, 표사의 일을 잘 표현해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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